포스텍(포항공대) 박찬모(사진) 총장은 23일 본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3불정책이 깨지면 가난이 대물림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은 억지"라고 지적했다. 박 총장은 "한국의 교육은 평준화 때문에 망가졌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부를 통한 인생 역전의 기회도 앗아갔다"며 "노 대통령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명문고교가 많아지면 수준 높은 공교육이 가능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사교육 부담도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22일 사립대 총장들이 3불정책 반대 입장을 공식 밝히자 "대입 본고사를 도입할 경우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의 기회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또 "경쟁 환경에서 더 유리한 사람들은 계속해 본고사를 내놓으라며 맘껏 경쟁시키자고 하는데 거기에 치여 무너지는 사람들의 숫자는 얼마겠느냐. 보기에 따라선 가난한 사람들은 항구적으로 가난을 대물림해야 된다"고 말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때부터 10년간 대학입시의 골격이 되어 왔던 3불정책의 폐지 공론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22일 반기를 들었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노 대통령과 교육부의 강한 압박이 있지만 '3불정책 폐지' 공론화를 밀어붙일 계획이다. 오히려 정부의 3불정책 옹호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학부모단체와 교원단체까지 가세하는 양상이다. 학부모단체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과 서울자유교원조합도 3불정책 폐지를 요구했다.
◆ 총장들 "폐지 공론화한다"=김신일 교육부총리는 23일 "3불정책을 폐지하자는 것은 대학의 이기주의"라고 비난했다. 이날 충북도교육청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그는 "대학들이 자율성이라는 이유로 초.중.고교 교육과정을 무시하고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며 "3불정책은 어느 정부에서도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대학들의 수능 비중 확대나 3불정책 반대에 심히 유감스럽다"는 대국민 서한문을 발표한 데 이어 다시 대학을 압박한 것이다.
그러나 사립대총장협의회 손병두(서강대 총장) 회장은 "정부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3불정책 폐지 공론화를 포기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사립대총장 158명이 모이는 5월 4일 총회에서 정식으로 발표할 수 있도록 워킹그룹(실무진)을 구성해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3불정책을 포함한 대학 자율화 실태를 분석하는 워킹그룹은 협의회 소속 대학의 기획처장협의회가 맡거나 별도기구로 구성된다. 각 대학 교수 10여 명이 3불정책의 폐단 등 자율권 침해 실태를 정밀 분석한다는 것이다. 협의회 회장단의 이현청 호남대 총장은 "대선 주자들의 교육정책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릴레이 토론도 벌일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