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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른 살’ 맞은 수능… 과연 공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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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11-26 12:28
조회수: 104
< ‘서른 살’ 맞은 수능… 과연 공정했나 >
인재는 성적순? 줄을 서시오~
‘서른 살’ 맞은 수능… 과연 공정했나
정권 바뀔 때마다 대입제도 손질
난이도 조절 실패 등 매년 논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되고 한 세대가 흘렀다. 1993년 8월 20일 최초 수능을 치른 1975년생(94학번)이 올해 47세다. 지난 17일 수능을 치른 고3은 주로 2004년생(23학번)이다. 지난 30년 동안 31번의 시험(첫해 두 차례)이 있었다. 부모와 자녀가 경험을 공유하는 시험이 된 것이다.

‘모르모트’ 수능 세대
수능은 당초 미국의 대입 자격시험인 SAT를 본떠 만들었다. 언어와 수리 영역으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역량을 측정하려는 목적이었다. 암기식·주입식 학력고사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SAT처럼 여러 번 응시하고 잘 나온 성적을 대학에 내도록 설계해 수험생 부담을 낮추겠다는 방향성도 제시했다. 수능 첫해 8월과 11월 두 차례 시험이 실시됐던 이유다. 하지만 8월은 쉽게, 11월은 너무 어렵게 나오는 등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고 수험생은 큰 혼란을 겪었다. 결국 연 2회 응시는 첫해 수능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

수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을 겪었다.
굵직한 변화만 10차례 있었으니 3년마다 바뀐 셈이다. 2002학년도에는 9등급제가 도입되고 원점수 백분위 표준점수 등이 제공됐다. 2008학년도는 수능 등급만 제공하는 파격적인 실험이 단행됐지만 논란 끝에 1년 만에 중단됐다. 예컨대 A학생은 모든 과목에서 턱걸이 1등급이고 B학생은 한 과목만 아깝게 2등급이고 나머지는 만점인 경우, 예전 점수 산정 방식이라면 B학생 점수가 더 높다. 공정성 논란으로 번지기에 충분했다. 성적이 등급에 걸쳐 있는 학생들은 등급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경쟁을 해야 했기에 수험 부담도 줄어들지 않았다.

2014학년도에는 국어·수학·영어 수준별 시험이 도입했다. 당시 정부는 “모든 학생이 어렵게 수능 공부할 필요 없다”며 밀어붙였다. 하지만 국어·영어 영역에서 응시집단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자 혼란이 커졌다. 결국 이듬해인 2015학년도에는 영어, 2017학년도에는 국어가 원래대로 돌아갔다.

2018학년도에는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전환됐다. 그러자 국어와 수학 시험이 크게 어려워졌다. 정시가 확대되는 흐름이었기 때문에 출제 당국 입장에서는 국어에서 변별력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 2019학년도 시험에서 ‘국어 31번 논란’이 터지고 만점자가 받는 표준점수(표준점수 최고점)가 역대 최고인 150점까지 뛰었다. 역대 가장 어려운 시험이었다는 얘기다. 지난해도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49점에 달하는 ‘불국어’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문·이과 통합 수능이 도입됐다. 문과생과 이과생이 수학에서 정면승부를 벌이게 된 것이다. 교육부는 “선택과목에 따른 (문·이과) 유불리는 보정점수를 통해 해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올 수능 날 출제 당국은 “선택과목 유·불리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과생들의 ‘문과 침공’ 현상을 막기 어렵다는 얘기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서 도입된 보정점수로 대입이 한층 복잡해진 측면도 부작용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전문가들도 입시 전략을 세우기 어려울 만큼 복잡해졌다. 하도 다양한 실험을 자주 벌이다 보니 수험생들이 받는 고통에는 (교육부가) 무감각해진 듯하다”고 지적했다.

‘수능 신화’ 이어질까
수능의 영향력은 지금도 막강하다. 서울 주요 16개 대학은 수능 성적 위주인 정시모집에서 40% 이상 뽑아야 한다.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하는 인원까지 합하면 45% 안팎이다. 수능은 수시에서도 당락을 가르는 요소 중 하나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으며 수능 성적에 따라 수시 지원 전략이 달라진다.

수능이 가진 막강한 영향력의 바탕에는 ‘우수 학생을 판별해주는 효율적 평가 도구’라는 오래된 믿음이 깔려 있었지만 최근 들어 이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먼저 서울대가 이런 시그널을 냈다. 서울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80% 대학이었다. 정부는 학종이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자 서울대 등 16개 대학에 정시 비중을 40%로 늘리도록 요구했다. 서울대는 정시에서 학생부 성적을 반영키로 했고, 고려대도 동참한 상태다. ‘수능만으로는 진짜 인재를 가려내기 힘들다’는 항변으로 읽힌다.

교육부가 지난달 24일 성균관대에서 개최한 ‘제1차 2028학년도 대입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은 “(대학에서) 수능 신화는 깨졌다”고 규정했다. 수능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보다 학생부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대학 적응을 잘하고, 학점도 더 좋다는 종단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고 했다. 수능을 여러 번 보고 수능 고득점을 받은 N수생들의 실제 학업 역량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고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의 필즈상 수상이 수능 중심의 공교육 민낯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다. 수능 출제는 변별력에 초점이 맞춰진다. 결국 ‘학생의 줄을 세우는 성능이 어땠나’로 귀결되는 시험이다. 수학의 경우 초고난도 문항에 상위권 변별력이 좌우된다. 학생들은 초고난도 문항을 푸는 시간을 벌기 위해 일반 문항들을 기계적으로 푸는 훈련을 반복한다. 최근 초고난도 문항이 물의를 빚자 준고난도 문항을 여럿 배치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중상위권 학생들은 더욱 팍팍해졌다. ‘아름다운 수학’ ‘즐거운 수학’은 사치인 상황이다.

수능은 또다시 변화를 겪어야 한다. 고교학점제가 예고돼 있고 이를 위한 새 교육과정이 완성 단계다. 학생 맞춤형 교육을 지향하는 고교학점제가 현재의 수능과 양립하기는 힘들다. 고교학점제를 설계하고 추진했던 지난 정부는 고교학점제를 하려면 대입을 근본적으로 손대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교학점제를 지지하면서도 대입은 ‘미세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입은 과연 어느 쪽으로 움직이게 될까. 새 대입 정책은 내년 상반기 발표될 예정이다. 실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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