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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 밀러 20km 원정가자 목욕탕 세운 지자체…의외의 반전

등록일: 2023-03-03 06:31

< 때 밀러 20km 원정가자 목욕탕 세운 지자체…의외의 반전 >
때 밀러 20km 원정가자 목욕탕 세운 지자체…의외의 반전
지난 1월 서울의 한 목욕탕 열탕이 비어 있다. 연료비 상승 등으로 운영비가 늘자 문 닫는 목욕탕이 늘고 있다.

“목욕하러 20㎞ 원정” 오지 마을에 목욕탕 건립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에 사는 정영란(63)씨는 면 소재지에 오는 9월 문을 열 ‘추풍령 행복목욕탕’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군 예산 2억원을 들여 지은 이 목욕탕은 56㎡ 규모로 온수탕은 1개다. 요금은 3000원으로 영동읍 목욕탕 요금(7000원) 보다 훨씬 저렴하다.

인구 2200여 명인 추풍령면은 대중목욕탕이 없다. 정씨는 “집집이 샤워시설이 있긴 하지만, 따뜻한 온탕이나 사우나를 원하는 주민은 마을에서 20㎞나 떨어진 경북 김천시까지 버스를 2~3차례 갈아타고 목욕하러 간다”고 말했다.
군은 영동읍 부용리 고령자 복지주택에 또 하나의 행복목욕탕을 조성했다. 4월 개장할 이 목욕탕은 남녀 탕과 탈의실을 포함해 330여㎡ 규모로 꾸몄다. 군은 목욕탕 관리를 민간에 위탁해 군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중목욕탕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요금 3000원 저렴…농어촌 지자체 목욕탕 건립 붐  
인구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주민 편의시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농어촌 자치단체에서 공중목욕탕 건립이 잇따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 이른바 ‘작은 영화관’이 전국 곳곳에 문을 열면서 주민 호응을 얻은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집 근처에 목욕탕이 없어서 20~30㎞씩 원정 목욕을 떠나는 지역이

목욕탕 폐업은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목욕장업으로 등록된 업체 수는 2001년 1만98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0년 8446곳, 2020년 6439곳, 2021년 6286곳으로 감소 추세다. 20년간 37.8%가량 줄었다.

인구가 3만~5만명에 불과한 농어촌 지자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면 소재지에 목욕탕이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영동군 용화리에 사는 최명렬(71)씨는 “목욕탕이 없어서 군 경계에 있는 전북 무주군 설천읍으로 목욕을 하러 간다”며 “지난해 면사무소에 남녀 샤워장이 생겨서 가끔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 지역인 부산 중구에선 지난해 4월 구립목욕탕인 ‘대청행복탕’을 개장했다. 이 목욕탕은 면적 599㎡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35억 원을 투입해 구청과 시청이 함께 지었다. 층별로 남녀 목욕실을 구분했고, 사우나를 갖췄다. 웬만한 대중목욕탕과 비슷한 규모인데 요금은 6000원(성인 기준)으로 싸다.

오는 9월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에 문을 열 추풍령 행복목욕탕 내부 모습.
소규모 목욕장 사업서 목욕탕 전용 건물 신·개축  
김수란 중구청 복지정책과 주무관은 “목욕탕이 없었던 대청동은 고지대인 데다 고령자가 많이 거주하고 있다”며 “목욕탕 개장으로 다른 마을로 목욕을 떠나는 일이 줄었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구는 지난해 8월 구립 ‘학마을목욕탕’을 건립했다. 이러자 남구 우암동 주민은 구립 목욕탕 건립을 촉구하고 있다.
지자체가 공중목욕탕에 관심을 가진 건 2006년부터다.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농어촌지역 주민 건강 증진을 돕겠다”는 취지로 ‘농어촌 공중목욕장’이란 이름의 소규모 목욕시설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전남도와 시·군은 2006년부터 2013년 말까지 314억원을 들여 목욕시설이 없는 면 지역 127곳에 공중목욕장을 지었다. 현재 141곳으로 수가 늘었다. 경로당이나 면사무소·체육관 등 주민 공동 이용시설에 소규모 목욕시설을 증축하는 식이다.
전북도 역시 ‘작은 목욕탕’ 사업을 진행해 2012년부터 2020년까지 51곳을 조성했다. 김회식 전남도의원은 “최근 난방비 인상으로 문을 닫는 목욕탕이 많아지는 것을 고려해 폐업 목욕탕을 지자체가 매입해 운영하는 방안을 도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외지인 50%, 하루 200명씩 몰려” 부작용도  
지자체가 지은 공중목욕탕은 요금이 저렴하다 보니 일부 지역에선 부작용도 나타난다. 경남 함양군은 마천면에 지은 공중목욕탕 요금을 기존 3000원에서 6000원으로 2배 인상할 예정이다. 착한 요금이 입소문을 타면서 외지인이 몰린 탓이다. 지난해 4월 개장한 이 목욕탕은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로 탈의실과 목욕탕·건식사우나를 갖췄다.
마천면사무소 관계자는 “함양이 전라도 경계에 있어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전북 남원시 외곽 주민 등 외지인이 몰리고 있다”며 “하루 평균 이용객이 200여 명에 달하는 데 외지인이 50% 차지한다. 싼 맛에 목욕탕을 찾는 분이 많아져 요금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경남 산청군이 지은 신등면 공중목욕탕도 같은 이유로 외지인에게 1000원(거주자는 3000원)을 더 받는다. 신등목욕탕 관계자는 “신등면뿐만 아니라 목욕탕이 없는 차황면 등 15~20㎞ 인근에 사는 주민이 많이 찾는다”며 “하루 250명~300명씩 찾는 바람에 요금을 인상했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한 대중목욕탕에서 업주가 올해 1월과 지난해 1월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를 보여주고 있다. 업주는 비싸진 가스비에 놀라 작년 1월 고지서를 다시 찾아봤다며 요금이 폭탄 수준이라고 말했다.

작은영화관·목욕탕 인기…“지속가능성 따져야”  
민간이 담당했던 목욕장 사업에 지자체가 나선 배경은 인구감소와 공공서비스 확대 흐름이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사업이 작은 영화관이다. 2010년 전북 장수군에서 시작한 ‘작은 영화관’은 전국에 영화관 조성 바람을 불게 했다.
강원 삼척시 도계읍에 문을 연 작은 영화관은 2021년 개관 첫해 8463명이 이용한 뒤 이듬해 관람객이 1만4745명으로 1.7배 늘었다. 충북 청주시는 다회용기 공공 세척센터 건립을 준비 중이다. 배달 산업 확대에 따라 지자체가 1회 용기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음식점과 카페에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가정에서 수거한 그릇을 대신 씻어주는 시설이다.

엄태석 서원대 교수(복지행정학과)는 “지자체 복지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민간이 맡았던 편의시설 건립까지 공공부문이 맡아서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한정적인 예산으로 사업이 지속가능한 지, 민간 업체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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